[무비톱10] 영화 속에 숨겨진 '오마주'를 찾아보자 (2)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
‘오마주(Hommage)’는 존경, 존중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의 중요한 요소나 표현을 인용해 존경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통한다. 원작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재창작된다는 점에서 원작을 비트는 ‘패러디(Parody)’와는 약간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런 오마주를 발견하면서 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새로운 재미다. 다른 영화에 대한 유명한 오마주가 포함된 영화들을 찾아봤다.
1. 콩 : 스컬 아일랜드 (Kong: Skull Island, 2017)
킹콩이 주인공인 괴수 블록버스터 <콩 : 스컬 아일랜드>에는 수많은 영화의 오마주가 숨겨져 있다. <지옥의 묵시록>, <신세기 에반게리온>, <프레데터>, 등등. 그중에는 한국영화도 여러 편 있다. 킹콩이 거대 문어 마이어 스퀴드의 다리를 씹어 먹는 장면은 <올드보이>의 그 유명한 산낙지 신의 오마주다. 킹콩과 마이어 스퀴드의 싸움 자체는 <킹콩 대 고지라>의 오마주.
2. 언터처블 (The Untouchables, 1987)
<언터처블>은 금주법 시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악명을 날린 갱스터 알 카포네(로버트 드 니로)를 잡기 위한 수사관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트너)의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시카고의 유니온 역을 배경으로 한 슬로우모션 총격전은 영화 역사상 총질에 관해서는 빠지지 않는 명장면. 이는 영화학도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20세기 초의 고전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 계단’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3.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는 고전영화에 대한 헌사를 아낌없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예 픽사가 오마주한 명장면들을 일일이 편집해서 만든 영상이 화제를 모았을 정도. 여기에는 <샤이닝>, <엑소시스트>, <블레이드 러너>, <이웃집 토토로> 등이 있다. 그중에서 누구나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대중적인 장면이라면 <토이 스토리 3>의 <미션 임파서블> 오마주가 있다.
4. 킬 빌 (Kill Bill: Vol. 1, 2003)
‘오마주의 천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킬 빌> 시리즈에 그가 사랑하는 홍콩 무협영화와 일본 사무라이극에 대한 오마주를 절묘하게 조합해 넣었다. 그중 1970년대 일본의 여성 복수극 <수라유키히메>가 가장 핵심적인 모티브다. 기모노 차람의 오렌 이시이(루시 리우)가 눈이 흩날리는 정원에서 베아트릭스(우마 서먼)과 칼을 맞대는 결투 신은 <수라유키히메>의 완벽한 오마주. 배경음악도 <수라유키히메>의 엔딩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5.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의 시작점인 꼬리칸을 만들 때 한국전쟁이나 2차 대전 포로수용소 배경 영화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꼬리칸 사람들이 드럼통을 이어서 철문을 부수고 진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2차 대전 수용소 영화의 걸작인 1963년 영화 <대탈주>의 오마주다. 연합군 포로들이 수용소를 탈출하려고 땅굴을 팔 때 버팀목으로 쓸 나무를 수집하는 장면이다. 긴박한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행진곡풍의 테마곡이 아주 유명하다.
6.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가위손>은 캐릭터부터 <프랑켄슈타인>의 오마주라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미완성 기계인간 에드워드(조니 뎁)의 탄생과정은 시체를 이어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흡사하며, 마을사람들이 에드워드를 없애기 위해 성으로 몰려가는 클라이맥스도 그대로 차용했다. 1950년대 호러영화의 스타 빈센트 프라이스가 에드워드를 만든 발명가 역으로 잠깐 출연한 것도 고전 공포물에 대한 오마주.
7. 카우보이 비밥 (Cowboy Bebop, 1998)
<카우보이 비밥>은 아날로그 대중문화의 향수에 대한 오마주의 선물 세트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인기 TV 시리즈 <비벌리힐스의 아이들>이 스쳐 가는가 하면, 주인공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대목을 인용하는 식이다. 5화에서 스파이크와 비셔스의 우아하고 비장한 성당 결투는 말할 것도 없이 <첩혈쌍웅>의 노골적인 오마주이며, 마지막 화에서 무기를 서로 바꾸는 장면은 <영웅본색 2>를 인용했다.
페이퍼백 에디터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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