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톱10] 당신을 잠 못 들게 했던 괴물들 10
※경고.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수로 만들어지거나’, ‘발견되거나’, ‘해방되어’ 인간의 세계를 습격하는 괴물들은 우리의 금기와 탐욕, 호기심이 야기한 결과라는 점에서 보다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존재들이다. 지난 120년간, 할리우드 영화 속 크리처들은 더 기괴하고, 정교하며, 소름끼치는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연민을 부르는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부터, 가족영화인줄 알고 들어온 관객들을 경악하게 한 <판의 미로>의 ‘눈알 괴물’,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크리처 ‘제노모프’까지. 당신을 잠 못 들게 했던 수많은 괴물들 중 영화 전문 매거진 <콜라이더>가 선정한 ‘영화사상 최고의 크리처’들을 소개한다.
10. <디센트>의 ‘크로울러’
2005년 개봉한 공포 영화 <디센트>는 고립된 동굴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에게 공격받는 6명의 여자들을 그린 작품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가벼운 폐소공포를 유발할 만큼 갇힌 공간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내는 것은 빛을 받지 못해 온 몸이 창백하고 퇴화된 눈알을 가진 ‘크로울러’들의 존재다.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기어다니는 이 괴물들은 아주 오랜 옛날 동굴에 갇힌 인간들이 진화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을 닮은 괴생명체인지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9.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손바닥 괴물’
‘길레르모 델 토로’를 ‘괴수의 왕’으로 불리게 만든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많은 영화팬들이 주저 없이 이 괴물을 외칠 것이다. 그는 바로 <판의 미로>에 등장한 ‘손바닥 괴물’이다. <판의 미로>는 1944년 내전이 막 끝난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소녀가 겪는 환상과 현실을 그린 음울한 판타지 영화다. ‘손바닥 괴물’은 이 영화에서 3분 남짓 등장하지만, 그가 움직이는 순간 압도적인 공포와 아찔한 스릴을 안기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억압적인 정권은 물론 오필리아를 위협하는 가부장적 인물인 비달 대위를 분명히 빗댄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는 크리처라 할 수 있겠다.
8. <런던의 늑대인간>의 ‘늑대인간’
보름달이 뜨면 괴물로 변하는 ‘늑대인간’은 이미 수차례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감독들에게 사랑받는 소재다. <런던의 늑대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정교한 특수분장에 있다. 특수분장계의 거물인 ‘릭 베이커’는 100% 수공업으로 늑대인간의 외형을 만들었는데, 수북한 털과 쭉 늘어나는 손가락과 얼굴 피부 등은 지금 봐도 딱히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는 후에 마이클 잭슨에게 스카우트 되어 <스릴러>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다.
7. <블레이드 2>의 ‘리퍼’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는 동명의 마블 코믹스를 길예르모 델 토로가 각색한 작품이다.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2편으로, 뱀파이어 왕이 유전자 실험을 하다 탄생시킨 돌연변이 ‘리퍼’를 제거하기 위해 인간과 뱀파이어가 휴전하고 힘을 합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리퍼의 디자인은 루마니아의 전설에 나오는 ‘스트리고이’라는 뱀파이어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아래턱이 어마어마하게 갈라지고 혀로 피를 빨아먹는 모습은 그냥 목만 무는 기존의 뱀파이어가 우아하게 느껴질 정도.
6.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
1818년 영국에서 출간된 소설 <프랑켄슈타인: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는 이 괴물은 원래 ‘가장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만 뽑아 조합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1931년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만든 영화 <프랑켄슈타인> 때문에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각인되어버렸다. 머리는 평평하고, 목에 볼트가 박힌 모습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후 많은 애니메이션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오마주되며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고 친숙한 ‘괴물’ 중 하나가 되었다.
5. <킹콩>의 ‘킹콩’
‘정글의 왕’이라는 타이틀은 공연히 얻을 수 없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킹콩’은 수많은 영화 감독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크리처였다. 2005년, 피터 잭슨이 연출한 <킹콩> 역시 훌륭한 영화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1933년 <킹콩>을 떠올린다. 그 영화 속 모든 효과와 미술은 시대를 감안했을 때 가히 존경할 만한 수준이며, ‘괴수물’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 무엇보다, 전 세계인들이 킹콩이라는 고독하고 비극적인 괴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4. <고질라> 시리즈의 ‘고지라’
서양에 킹콩이 있다면, 동양에는? 바로 ‘고지라’가 있다. 1954년 일본의 도호 영화사가 탄생시킨 이 괴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채 10년도 지나기 전인 일본 국민들에게 도쿄 대공습의 공포를 상기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미국이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다가 일본의 참치 어선을 피폭시키는 사고가 있었고, 일본 정계가 조선업계와의 정경유착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신을 얻고 있던 상황에서, 핵실험 때문에 깨어난 고대 공룡이 일본을 습격하고 국회의사당까지 부숴버린다는 설정은 당시 일본인들로 하여금 고지라를 단순한 괴물이 아닌 상징적인 존재로서 받아들이게 하기 충분했다.
3. <플라이>의 ‘파리 인간’
1986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연출한 <플라이>는 신체 변형 호러의 마스터피스라 할 만하다. 이 호러 영화는 ‘세스 브런들’이라는 과학자가 직접 텔레포트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파리와 DNA가 섞이면서 괴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험 후 그는 힘과 반사 신경, 운동능력이 엄청나게 상승하지만, 동시에 얼굴에 반점이 나타나고, 상처에 굵은 털이 돋아나는 등 신체가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괴생물체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 영화의 영향으로 유전자 변형이나 합성에 대해 그리 혐오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끔찍한 모습의 ‘파리 인간’과 마주하고 나면, 현실은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플라이>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 감독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 출연
- 제프 골드블럼, 지나 데이비스, 존 게츠, 조이 부셸, 레슬리 칼슨, 조지 쿠발로, 마이클 코우프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캐롤 라자르
- 장르
- SF
- 개봉
- 1988.08.13
2. <괴물>의 ‘복제 괴물’
1982년 개봉한 <괴물>은 1938년 존 W. 캠밸 주니어가 쓴 단편 소설을 각색한 SF 호러 영화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선사하는 걸작이다. 미국 남극탐사기지에 노르웨이 탐사단 생존자 두 명과 수상한 개가 찾아온 후 주인공 일행이 겪게 되는 끔찍한 일을 그렸다. 사실 개는 외계에서 온 괴물이었고, 이 괴물은 인간이나 동물의 사고, 습성, 외모 등을 완벽하게 복제하여 위장할 수 있는 존재였다. 결국 탐사대원들은 누가 괴물이고 누가 인간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 제작 당시 특수 효괄르 맡았던 ‘롭 보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소름 끼칠 만큼 훌륭하게(?) 이 기괴한 크리처를 구현해냈다. 등장인물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물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분류될 정도. 당시 23세였던 그는 이후 <로보캅> 시리즈, <토탈 리콜>, <se7en>, <미션 임파서블>, <미믹>, <파이트 클럽> 등을 거치며 특수 효과의 거장이 되었다.
1. <에일리언>의 ‘제노모프’
‘제노모프’는 영화 <에일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의 괴생명체로, 환상 회화의 대가라고 불리는 천재 화가 H.R.기거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안된 크리처다. 인간, 특히 남근의 형상과 비슷한 신체를 갖고 있으며 입 속에는 또 다른 작은 입이 달려 있다. 기름처럼 번들거리는 몸은 언뜻 보면 기계나 로봇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제노모프의 개체 중 ‘페이스 허거’는 주둥이 부분이 여성기를 닮기도 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상징들이 섞여 들어가 있는 디자인 덕분에, 제노모프는 에일리언 시리즈를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에일리언과 강인한 인간 여성 ‘리플리’의 대결을 통해 ‘폭력적인 남성성에 대항하는 여성’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숙주를 죽이고 태어나는 ‘체스트 버스터’를 보며 출산의 고통과 공포를 연상하는 식이다. 순수하면서도 완벽한 생명체, 제노모프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와 경외를 느끼게 하며 수십 년 간 괴수물의 여왕으로 군림해왔으며 ‘피조물’이라는 의미에 가장 걸맞는 ‘크리처 중의 크리처’라고 하겠다.
페이퍼백 에디터|김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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