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을 몇 편만 꼽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단 한 장면에 얼굴을 비춰도 그는 슬픔과 환희, 그 양극의 얼굴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 꼽은 영화들은 우리를 울리고 웃기고 감동시킨 로빈 윌리엄스에게 바치는 감사의 편지다.
<굿모닝 베트남>(1987)
감독 베리 레빈슨 | 출연 로빈 윌리엄스, 포레스트 휘태커
“굿 모~닝, 베~트남!”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 전쟁에 지친 군인들은 오늘도 라디오 너머로 흘러나오는 활기찬 인사에 잠시나마 웃음을 짓는다. 살육의 한복판에서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DJ 애드리언의 용기는 어떤 최첨단 미사일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다. 포화가 쏟아지는 전장 위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가 감미롭게 흐를 때, 우리는 폭력의 비극과 그 쓸모없음에 전율했다. 로빈 윌리엄스의 최고작 중 하나. 박혜은 편집장
<죽은 시인의 사회>(1990)
감독 피터 위어 | 출연 로빈 윌리엄스, 로버트 숀 레너드, 에단 호크
당시 중고등학교에서 영화 단체 관람이 유행이었다. 아마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단체 관람 영화로 허락한, 복장과 두발 불량 학생들을 교무실에 모아놓고 체벌하던 학생 주임 선생님은 이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몰랐던 게 분명하다. 시스템에 짓눌려있는 시스템에 짓눌려있던 영화 속 소년들과 극장을 가득 메운 한국의 중고생에게 “카르페디엠(오늘을 살라)”을 가르쳐 준 키팅 선생님은, 우리들의 ‘캡틴’이었다. 박혜은 편집장
<후크>(1992)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더스틴 호프만, 로빈 윌리엄스, 줄리아 로버츠
로빈 윌리엄스가 아니라면 과연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영원한 소년’의 대명사 피터팬 역을 맡았을 때 로빈 윌리엄스는 무려 마흔 살이었다. 웬디를 쫓아온 피터팬이 인간 세상에 정착에 가정을 꾸렸다는 설정이긴 해도 마음만은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의 순수한 영혼을 보이기에 로빈 윌리엄스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였다. 마법 섬에 돌아가 ‘행복한 상상’으로 다시 날아오르던 소년 피터팬의, 후크 선장에게서 아들과 딸을 사랑으로 되찾는 중년 피터팬의 진심을 자연스레 오갈 수 있었던 건 오직 그가 로빈 윌리엄스였기 때문이다. 나원정
<미세스 다웃파이어>(1994)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로빈 윌리엄스, 샐리 필드
아직은 국민학생이던 시절 빌려온 비디오의 반납 기한을 3번이나 연장하고도 연체료를 내야 했으니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향한 나의 사랑은 꽤나 컸다. 영화에는 뛰어난 코미디언으로서, 따뜻한 아버지로서, 심지어 쿨한 할머니로서의 로빈 윌리엄스를 볼 수 있다. 각각의 다른 캐릭터가 모두 마음을 건드릴 만큼 그의 재능은 천부적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이지혜
<굿 윌 헌팅>(1998)
감독 구스 반 산트 | 출연 로빈 윌리엄스, 맷 데이먼
로빈 윌리엄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유만은 아니다. “네 잘못이 아냐. 네 마음을 따라 가렴. 그럼 괜찮을 거야.” 극중 그의 명대사는 주인공 윌 헌팅 뿐만 아니라 수많은 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제 그를 추억하는 문장으로 남을 것 같아 슬프지만, 그 역시 마음을 따라 먼 길을 떠난 거라 믿겠다. 박유영
<바이센테니얼 맨>(2000)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로빈 윌리엄스, 샘 닐
인간은 시간의 지배를 받지만 <바이센테니얼맨>의 가전제품 로봇 앤드류에게 시간은 의미가 없다. 로빈 윌리엄스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란 로봇에게 감정을 불어넣기만큼이나 어렵고 숭고한 일이라는 걸 200년 동안 살았던 앤드류를 통해 보여줬다. 그러므로 우린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바로 당신을.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