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한 영화가 속편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종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보겠다고 만들어진 아류작 속편이나 '영상물' 수준의 처참한 속편을 멋모르고 봤다가 내상을 입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관객의 기대를 철저하게 짓밟은 가짜, 혹은 저퀄리티 속편들을 소개한다.

1999년작 [블레어 윗치]는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비롯한 파운드 풋티지 공포 영화의 원조격인 작품이다. 6만 달러로 전 세계 2억 4,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괴물 같은 흥행뿐만 아니라, 당시 생소한 장르였던 만큼 평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속편 제작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듬해 [북 오브 섀도우](원제: Book of Shadows: Blair Witch 2)가 개봉해 이른바 '원작 버프'를 받고 제작비 3배의 수익을 챙기는데 성공했지만, 엄청난 혹평과 함께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2016년 개봉한 [블레어 위치]가 원작의 공식적인 속편으로 인정되기까지 했으니, [북 오브 섀도우] 입장에서는 두 번 죽는 것과 마찬가지인 대우를 받은 셈이다.

로맨틱 코미디 [금발이 너무해]는 당시 촉망받던 리즈 위더스푼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작품이다. 평단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흥행 성적도 상당히 좋았던 만큼 속편 제작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속편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 불과 5개월 만에 개봉해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국내 제목 [금발이 너무해 두번째 이야기], 북미 타이틀도 전작(Legally Blonde)과 상당히 흡사한 [Totally Blonde]로 개봉한 이 작품은 사실 원작의 흥행 덕을 보려 했던 아류작. 당연히 성적은 처참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원작의 공식 속편 [금발이 너무해 2]는 2003년, 3편은 2020년 개봉 예정이다. 여담이지만 2009년에도 [금발이 너무해 3](원제: Legally Blondes)라는 가짜 속편이 개봉했다.
1978년작 [그리스]는 뮤지컬 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다. 40년도 더 되었지만,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의 커리어에서 아직까지도 [그리스] 이상의 수익(북미 1억 8,900만 달러)을 거둔 작품이 없다는 점, 그리고 제목은 몰라도 '텔 미 모어, 텔 미 모어~'라는 후렴구는 누구나 다 아는 대표곡 'Summer Nights'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4년 뒤 속편 [그리스 2]가 개봉, 그러나 원작의 주인공들도 출연하지 않고 전작에 한참 못 미치는 퀄리티로 인해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다.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풋풋한 미셸 파이퍼를 볼 수 있다는 것 정도?
평단의 평가와는 별개로, 조쉬 하트넷 주연 [써티데이즈 오브 나이트]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를 끌었던 뱀파이어 공포영화였다. 뱀파이어를 품격(?) 있는 존재로 그렸던 다수의 작품들과는 달리 [블레이드]나 [언더월드] 시리즈처럼 무자비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렸기 때문인데,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던 만큼 속편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3년 뒤 개봉한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다크 데이즈]는 기대와 다른 작품이었다. 전작에 등장한 캐릭터를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영화의 퀄리티가 졸작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 극장에 한번 걸리지 못하고 바로 DVD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도니 다코]는 개봉 당시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미스터리 영화다. 그러나 재평가가 거듭되면서 현재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2009년 개봉한 [S. 다코]는 이 작품의 세계관에 매료되었던 크리스 피셔가 만든 속편 아닌 속편이다. 원작에 등장했던 샘 다코(데이비 체이스)가 [도니 다코]로부터 7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인 이 작품은 충분히 독창적인 단독 영화가 될 수 있었으나, 감독의 지극한 팬심과 굳이 'A Donnie Darko Tale'이라는 부제를 붙이는 탓에 기대감에 부풀었던 관객들에게 악평을 들어야만 했다. 작품 내용이 원작과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였다고. [도니 다코] 감독 리차드 켈리도 이 작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여러 차례 못을 박기도 했다.
전작 [미스터 이빨요정]이 딱히 흥한 것도 아니었다. 드웨인 존슨 덕에 어찌어찌 본전을 넘겼지만, 대중과 평단의 입맛에는 불호에 가까웠기에 속편 제작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다. 그런데 2년 뒤, 뜬금없이 속편이라 주장하는 작품이 등장했다. 드웨인 존슨이 아닌 래리 더 케이블 가이를 앞세운 이 작품은 '원작의 후광을 등에 업으려는 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곧장 DVD 시장으로 직행했다.
앞서 소개한 [블레어 윗치], [캐리]도 정말 훌륭하지만, 역시 1973년작 [엑소시스트]를 빼놓고 고전 명작 공포영화를 논하기는 힘들다. 개봉 당시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가장 무서운 영화'라 평가받는 이 작품의 속편 연출을 탐내지 않을 감독이 있을까? 1977년 개봉한 존 부어맨의 [엑소시스트 2]는 전작으로부터 4년이 흐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리건 맥닐 등 몇몇 주요 캐릭터들까지 끌어오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원작 소설과 1편의 각본을 쓴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3편을 연출했으나 이마저도 시원찮은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개봉한지 20년도 넘었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은 여전히 전 세계 흥행 3위에 앉아있는 대작 중의 대작이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할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던 제작사가 있었으니, 바로 목버스터(mockbuster)와 [샤크 스톰] 시리즈 등의 B급 영화로 유명한 어사일럼이었다. 이들 손에서 태어난 2010년작 [타이타닉 2]는 타이타닉호 출항 100년을 기념하여 탄생한 타이타닉 2호가 빙하와 쓰나미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CG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어이없는 퀄리티를 보여주어 코미디 영화 수준의 웃음을 터뜨린다고 한다. B급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니, 궁금하다면 직접 보는 것도 추천한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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