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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본 네스카페 서서 자는 '수면캡슐'…잠이 올까?

도쿄 하라주쿠 네스카페 수면카페…지라프냅과 협업

 
도쿄 네스카페 하라주쿠. ⓒ임현지 기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소형 공중전화 박스 크기 공간에서 '서서' 낮잠을 청할 수 있을까. 네슬레 재팬이 잠이 부족한 현대인들을 위해 일본 벤처기업 '지라프냅(giraffenap)'에서 개발한 '수면캡슐'을 카페 매장에 도입했다.

'잠 쫓는 커피를 만드는 회사가 잠자는 캡슐'이라니...이같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기자는 지난 7일 네스카페 하라주쿠를 방문했다. 매장은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해있다. 하라주쿠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다.

현재 수면캡슐 체험 행사는 지난 17일로 종료됐으나, 방문 당시에는 일본 네스카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했다. 825엔, 한국 돈 약 7500원에 커피 1잔과 30분의 수면캡슐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네스카페 하라주쿠는 겉보기엔 일반 카페처럼 보였으나, 매장 입구에 지라프냅의 수면캡슐을 운영한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니 매장 중간에 높이 2m53cm의 길쭉한 수면캡슐을 만날 수 있었다.

 
네스카페 하라주쿠 내부의 수면캡슐 ⓒ임현지 기자
 

캡슐은 ▲높은 방음성과 빛 차단 성능을 확보한 미래지향적인 흰색 디자인의 '스페이시아' ▲공기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나무 격자 디자인을 적용해 일본의 분위기를 연출한 '포레스트(숲)' 총 2가지 버전으로 구성됐다. 매장에는 각 2개씩 총 4개가 설치돼 있다.

내부는 발바닥과 정강이, 엉덩이, 팔을 고정하는 4개의 패드가 있다. 체형에 맞게 이를 조절한 후 모든 패드 위에 몸을 걸친 뒤, 힘을 빼고 잠을 청하면 된다. 조명 색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콘과 발아래 조명(Foot Light)을 켜고 끌 수 있는 버튼도 마련돼 있다. 콘센트와 USB가 있어 자면서 스마트폰도 충전할 수 있다.

수면 체험에 앞서 커피를 먼저 마셔야한다. 아이스를 주문하면 '네스카페 골드블렌드 보틀커피 무설탕'을,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머신 '네스카페 골드 블렌드 바리스타'에서 내린 '네스카페 골드 블렌드'가 나온다. 검시럽과 커피프래쉬(coffee fresh)라는 이름의 우유가 함께 제공된다. 아이스커피는 산미나 쓴맛이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다.

 
수면 체험에 앞서 커피를 먼저 마셔야한다. ⓒ임현지 기자
 

패드에 몸을 지탱해 서서 자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잠자기 전 커피라니 의아할 수 있다. 네슬레 재팬은 카페인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에 주목, 커피를 마신 뒤 낮잠을 자는 것이 일반적인 낮잠보다 장점이 있다고 봤다.

네슬레 재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보통의 낮잠은 깨어난 직후 졸음이 남아 있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잔 뒤에는 막 일어났을 때 카페인 효과로 졸음이 사라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념은 이미 '커피 냅(Coffee+Nap)'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체내 흡수된 카페인이 각성효과를 내기 전에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개운한 상태로 일어날 수 있는 원리다.

 
수면캡슐을 직접 체험했다. ⓒ임현지 기자
 

커피 후 수면캡슐을 직접 체험했다. 30분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몸이 편안한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됐다. 그러나 4개의 패드에 팔과 정강이, 엉덩이, 발을 모두 올리고 난 이후에는 힘이 분산돼 편안함을 느꼈다. '이 어정쩡한 자세로 설마 잠이 오겠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서서히 잠에 들었다.

네슬레 재팬 측은 "수면부족은 낮에 졸음을 일으키는 등 주의력이나 작업 능률을 저하시켜 무심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어진다"며 "수면캡슐은 사무실에 잠들기 위한 공간이 없고 남의 눈이 신경 쓰이는 등 낮잠을 자기 힘든 상황을 고려, 지라프냅과 협업해 커피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네슬레 재팬은 지난 2019년에도 도쿄의 오피스 밀집 지역인 시나가와 오이마치에 네스카페 수면카페를 연 바 있다. 당시에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는 낮잠 의자를 운영했다.

이후 2021년 3월, 이곳 네스카페 하라주쿠 매장 3층에 '수면 카페 in 하라주쿠'를 신설, 리클라이닝 의자와 소파를 통해 수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자가 이용한 지라프냅의 '수면캡슐'은 한시적인 서비스로 지난 17일 체험이 종료됐으나, 리클라이닝 의자석과 소파석은 현재도 이용 가능하다.

 
ⓒ네슬레 재팬
 

커피 회사가 왜 이렇게 '수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일까. 이는 일본에서 오래전 부터 불고 있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경제)'와 무관치 않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1일 평균 수면시간을 보면 일본은 7시간24분으로 한국(7시간41분)보다 잠을 적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두 나라 모두 OECD 평균인 8시간22분 대비 적은 시간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일본 한 대학에서는 결근, 조퇴, 교통사고 등 수면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5조엔이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일본의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약 9조원으로 한국(3조원)보다 3배 크다. 매년 3월18일과 9월3일을 '수면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슬리포노믹스 시대. 네슬레 재팬은 커피가 현대인들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수면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료임을 알리고자 했다. 특히 네슬레 재팬은 이상적인 1일 폴리페놀 섭취를 위해서는 하루 3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네슬레 재팬은 오이마치 수면카페 오픈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인의 수면부족에 주목, 커피를 나눠 마시기를 통해 새로운 수면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했다"며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일본인의 수면 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수면카페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OECD 평균 수면시간 최하위 그룹에 속한 한국 역시 수면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해먹을 이용한 낮잠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 네스카페 측은 "아직 수면카페나 수면캡슐은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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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v.daum.net/v/20230918163432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