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시판

[스크랩] 80년대 이후 뱀파이어 영화 중 최강의 캐릭터는?

창백한 피부에 날카로운 송곳니, 세련되고 우아한 코스튬 그리고 강렬한 성적 매력까지. '드라큘라 백작'으로 대표되던 영화 속 뱀파이어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거치며 아이돌 스타처럼 떠올랐고, 짐 자무쉬의 최근작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는 예술가로 진화했다. 이제 뱀파이어는 더 이상 십자가와 마늘을 두려워하는 괴물만이 아니다. 그들은 때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며, 끊임없이 사색하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후 제작된 뱀파이어 영화들 중, 현대 사회에 나타난 뱀파이어 캐릭터들의 면면을 훑어본다.

*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영화들, 캐릭터가 뚜렷이 드러난 영화들 중심으로 선정했습니다. 따라서 뱀파이어 영화지만, 뱀파이어 헌터가 주인공인 경우나 별다른 캐릭터 없이 제거해야 할 적으로 설정된 경우는 제외했습니다.

* 1980년대 이후 영화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최근작 순서대로 배치했습니다. 캐릭터 선정 기준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것임을 밝힙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l 신민경 구성 | 네이버 영화

최강의 캐릭터는? 뱀파이어 vs 뱀파이어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Only Lovers Left Alive, 2013, 감독 짐 자무쉬
profile | 아담은 미국 디트로이트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이브는 모로코 탕헤르에 거주하는 원거리 커플. 뱀파이어로 살아온 지 각각 500년, 3000년이 됐다.
power | 오랜 세월 축적된 지식. 아담은 음악과 기계에 재능이 있고, 이브는 문학에 조예가 깊으며 촉각으로 물건의 연식을 파악할 줄 안다.
weakness |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염증과 우울, 사랑의 훼방꾼 에바(미아 와시코브스카).
best scene | 신선한 피를 음미한 후 쾌락에 잠기는 장면들.
comment | 뱀파이어가 주인공이지만 호러 장르는 아님. 수세기 동안 살아온 뱀파이어 연인을 통해, 인간 예술의 역사를 탐미적으로 그린 러브스토리. 남자 주인공 역에 마이클 패스벤더가 거론된 적 있다.

[다크 섀도우]의 바나바스(조니 뎁)
Dark Shadows, 2012, 감독 팀 버튼
profile | 18세기의 바람둥이 귀족. 지금은 마녀의 저주를 받아 200년 만에 깨어난 뱀파이어.
power | 별 영양가 없는 최면술. 굳이 더 꼽자면 타고난 성적 매력과 유머 감각?
weakness | 세상물정에 어둡고 멍청함. 실연당한 후 한을 품은 마녀 안젤리크(에바 그린)의 애정공세에 시달리는 중. 그러나 바나바스는 안젤리크와 사랑하느니 차라리 고자가 되고 싶은 심정.
best scene | 바나바스와 안젤리크의 과격하고도 소름 돋는 베드 신.
comment | 동명의 ABC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의 배경인 1960~70년대 문화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힘이 좀 빠지긴 했어도, 팀 버튼식 장난기는 여전히 건재하다.

[비잔티움]의 엘레노어(시얼샤 로넌)
Byzantium, 2012, 감독 닐 조던
profile | 겉모습은 16살 소녀이나 사실은 200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 엄마 클라라(엘레노어)와 자매 사이로 위장한 채 비밀스런 삶을 유지하는 중.
power | 인간 사냥(?)에 용이하도록, 흥분하면 엄지손톱이 송곳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다.
weakness | 뱀파이어로서 영생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저주일 수도 있다. 더구나 자신을 쫓는 또 다른 뱀파이어 세력을 피해 살아가야 하는 상황.
best scene | 200년 전, 이들이 뱀파이어가 된 사연과 연관이 있는 '비밀의 섬' 장면.
comment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닐 조던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뱀파이어 영화. 국내에선 아직 개봉하지 않았다. 뱀파이어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나 액션 대신, 영원히 살 수밖에 없는 뱀파이어 모녀의 숙명을 스산한 풍경 속에 담았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The Twilight Saga, 2008~2012, 감독 빌 콘돈 외
profile | 1901년생. (1편 시작 당시에) 인간의 나이로 108세. 소도시에서 정체를 숨긴 채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
power | 엄청난 스피드와 동물적 감각 보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빛나는 미모 또한 강력한 무기.
weakness | 빛에 민감하나, 빛에 노출되면 피부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뿐 치명상을 입진 않는다. 정작 그에게 가장 힘든 건, 사랑하는 인간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곁에 두면서도 피에 대한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것.
best scene | 첫 키스, 프러포즈, 결혼식과 허니문, 출산 등에 이르는 강력한 로맨스 장면들.
comment | 뱀파이어 영화와 틴에이저 로맨스 장르의 환상적인 결합. 5년에 걸친 시리즈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지금 남은 건, 두 주연배우의 오락가락하는 결혼설.

[데이브레이커스]의 에드워드(에단 호크)
Daybreakers, 2009,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 피터 스피어리그
profile | 뱀파이어가 지배하는 2019년, 인간의 피를 거부하며 살아가는 뱀파이어. '블러드 뱅크' 연구원으로서 혈액 대체재를 개발 중.
power | 아직은 인간의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공익을 생각할 줄 아는 정의로움과 순수함도 있다.
weakness | 햇빛은 금물. 따라서 해가 뜨면 통금이 시작된다. 언젠가는 피가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점 또한 치명적인 약점. 대체 혈액을 찾지 못하면 돌연변이로 변하고 만다.
best scene | 현대 도시에 뱀파이어의 삶을 재현한 장면들. 스타벅스에서 혈액커피를 사서 마신다거나 햇빛을 피해 지하보도 터널로 이동하는 등 뱀파이어 도시를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comment | 뱀파이어가 다른 뱀파이어나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SF 영화. 2003년 좀비 호러 [언데드]로 데뷔한 호주 출신의 스피어리그 형제가 할리우드로 진출한 작품이다. 거칠지만 재기발랄한 상상력만큼은 빛난다.

[박쥐]의 상현(송강호)
Thirst, 2009, 감독 박찬욱
profile |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참여했다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게 되지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뱀파이어로 부활한다.
power |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과 빠른 회복 능력. 뱀파이어가 된 후 성당 안을 자유롭게 다니는 걸 보면, 십자가에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 듯.
weakness | 피부에 햇빛이 닿으면 불타 없어진다. 뱀파이어가 된 직후에는 신앙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빠져든 후에는 믿었던 신마저 버리게 된다.
best scene | 침대에 누운 상현과 태주(김옥빈) 사이로 태주의 죽은 남편 강우(신하균)가 나타나는 장면. 유령의 출현은, 두 남녀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comment |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던 영화. 뱀파이어 장르의 쾌감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지루하고 난해했을 테고, 박찬욱의 유희정신과 엉뚱한 유머를 보고 싶었던 관객들에게는 만족스러웠을 작품.

[렛 미 인]의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
Lat Den Ratte Komma In, 2008,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profile | 12살 외모를 지닌 신비로운 소녀. 뱀파이어로 살아온 지는 600년쯤 되었다.
power | 추위에 강하고 초자연적인 힘과 속도를 지녔다. 늑대, 쥐, 고양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 가능.
weakness | 태양빛과 불에 극도로 취약하다. 어린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들지 않는다는 뱀파이어 세계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초대받지 않으면 인간의 방에 들어갈 수 없는데, 만약 이를 어길시 온몸의 구멍에서 피가 솟구치게 된다.
best scene | 오스칼(카레 헤데브란트)을 괴롭히던 소년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수영장 고어 신. 이엘리와 오스칼이 하나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comment | 인간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로맨스를 성적 긴장감 없이도, 서정적이고 황홀하게 그린 작품.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동명의 2010년 영화 또한, 원작의 성공에 기대지 않고 나름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흡혈형사 나도열]의 나도열(김수로)
Vampire Cop Ricky, 2006, 감독 이시명
profile | 소심한 비리형사였다가 지금은 정의에 눈뜬 뱀파이어 형사가 되었다. 뱀파이어가 된 사연은 설명하기 숨찰 만큼 복잡하다. 말하자면 '2006년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고성에 잠든 드라큘라의 목을 문 굶주린 모기 한 마리가 DHL 항공기를 타고 2006년 서울 도로 한복판 충돌사고 현장에 있던 나도열의 혈관을 포착한' 것.
power | 천장을 걸어 다니고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등 괴력의 힘과 스피드를 보유. 완벽한 뱀파이어로 진화되면서 눈동자 색이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해간다.
weakness | 뱀파이어로 변신하기 위해선 무조건 흥분해야 한다. 야동의 힘을 빌려서라도!
best scene | 산전, 수전, 공중전 등 온몸을 불사르며 연기해낸 김수로의 원맨쇼.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흡혈모기 또한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결정적 장면.
comment | 뱀파이어 캐릭터와 한국식 토종 코미디의 만남. 거기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슈퍼히어로물의 익숙한 코드를 결합했다. 김수로의 코미디 감각과 눈물겨운 노력으로 빚은 액션이 흥행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아직 속편은 나오지 않았다.

[언더월드] 시리즈의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
Underworld, 2003~2012, 감독 렌 와이즈먼 외
profile | 우아하고 세련된 뱀파이어 일족의 전사단 '데스 딜러'(Death Dealer) 소속. 수백 년간 적대관계였던 라이칸(늑대인간)에 맞서 싸우는 것이 임무다.
power |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 현란한 무술 솜씨.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타이트한 라텍스 슈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섹시함 역시 셀린느만의 장점.
weakness | 십자가, 성수, 마늘, 말뚝 등 전통적으로 뱀파이어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들에 초연하다. 다만, 빛에는 취약하다. 늑대인간, 뱀파이어, 변종 뱀파이어, 인간 등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늘어나는 적들도 골칫거리.
best scene | [언더월드 2 - 에볼루션]에서 셀린느와 박쥐인간 마커스(토니 커랜)의 최후 대결. 그밖에도 온갖 물량을 쏟아 부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스펙터클 전쟁 신들.
comment | 든든한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는 시리즈. 그러나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점점 개연성은 사라지고 과잉의 스타일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3편 [언더월드 - 라이칸의 반란]에는 케이트 베킨세일이 출연하지 않는다.

[퀸 오브 뱀파이어]의 레스타트(스튜어트 타운젠드)
The Queen of the Damned, 2002, 감독 마이클 라이머
profile | 은둔생활을 거부한 뱀파이어. 100년 만의 긴 잠에서 깨어나 화려한 록스타가 된다.
power | 세상 사람들을 음악에 중독시키고, 자신은 신적인 존재로 급부상.
weakness | 문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잠들어있던 이집트의 여왕 아카샤(알리야)마저 깨웠다는 것.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아카샤와 더불어,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뱀파이어들 또한 레스타트를 위협하는 존재.
best scene | 부활한 아카샤가 뱀파이어들의 아지트를 찾아가는 장면. 약에 취한 듯 음악에 맞춰 몸을 흐느적대던 그녀는, 곧 날카로운 본성을 드러내며 닥치는 대로 뱀파이어들을 죽인다. 알리야의 뇌쇄적인 매력이 묻어나는 신이다.
comment |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유명한 앤 라이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러나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가수 알리야의 유작이라는 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뱀파이어 헌터 D]의 D(다나카 히데유키)
Vampire Hunter D: Bloodlust, 2000, 감독 가와지리 요시아키
profile |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남. 늘 홀로 행동하는 뱀파이어 사냥꾼이자, 모든 이들에겐 공포의 대상.
power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냥 솜씨. 특히 손바닥에 신비로운 능력을 갖고 있어서, 사물을 투시하거나 사냥감이 지나간 때를 알아차릴 수 있다.
weakness | 어둡고 외로운 내면. D는 인간도, 뱀파이어도 아닌 경계에 서서 평생 고독한 길을 걸어가는 존재다.
best scene | 지주의 딸과 그의 납치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숨 가쁜 대결 신. D가 긴 망토를 휘날리며 싸우는 장면에선 그야말로 눈이 호강한다.
comment | 기쿠치 히데유키의 [뱀파이어 헌터 D] 시리즈의 세 번째 소설이 원작. 순정만화풍 작화와 실감나는 액션, 탄탄한 스토리 등이 애니메이션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블레이드] 시리즈의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Blade, 1998~2004,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외
profile | 생모가 임신했을 때 뱀파이어에게 물리는 바람에 반은 인간, 반은 흡혈귀로 태어났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를 비롯한 지하 세계에 맞서 싸우는 중.
power | 인간과 뱀파이어의 우성 인자만 물려받았기 때문에 빛과 마늘, 십자가, 은 등에 강하다. 각종 첨단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무술 실력도 상당하다.
weakness | 피를 갈망하는 본능이 남아있어서, 주기적으로 인간의 혈청을 몸속에 주입해야 한다.
best scene | [블레이드 2]에서 변종 뱀파이어 '리퍼'와 맞붙는 화끈한 액션 장면들.
comment | 뱀파이어의 고뇌를 이야기하기보다 '슈퍼히어로' 블레이드의 활약상이 볼 만한 시리즈. 세 감독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한 [블레이드 2]가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죽지 못하는 남자의 이유]의 스티븐(주드 로)
The Wisdom of Crocodiles, 1998, 감독 포치 렁
profile | 런던의 의학 전문가. 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친절하고 섹시한 매력 때문에 주변에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power | 어떤 여자든 빠른 시간 안에 유혹할 줄 아는 능력.
weakness | 뱀파이어의 허기를 달래려면 끊임없이 여자를 사냥해야 하는 운명. 더구나 그냥 피가 아니라, 그녀들의 사랑이 담긴 피가 필요하다. 즉, 수많은 여자들의 원한이 그의 몸속에 녹아든 셈.
best scene | 죽일 것인가, 내가 죽을 것인가. 사랑에 빠진 여자 앤(엘리나 뢰벤손)을 차마 죽이지 못해 고뇌하는 장면들.
comment | [리플리](1999)로 유명세를 타기 전, 주드 로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 미국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개봉했다 사라졌지만, 주드 로 특유의 서늘한 매력이 볼 만하다.

[어딕션]의 캐슬린(릴리 테일러)
The Addiction, 1995, 감독 아벨 페라라
profile | 뉴욕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니체와 하이데거에 심취해 있다. 어느 날 밤, 카사노바(애너벨라 시오라)라는 여인에게 목을 물리고 난 뒤 뱀파이어가 된다.
power | 뱀파이어로서의 특별한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피를 찾아 헤매면서 급속도로 타락해가고, 어느새 뉴욕 밤거리는 그녀가 만든 뱀파이어들로 가득해진다.
weakness | 피에 중독되고, 악행에 중독되면서 자기혐오로 인한 고통도 심해짐.
best scene | "나는 포기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중독된다, 고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 캐슬린은 드디어 박사 논문을 완성한다. 그리고 논문 취득을 축하하는 파티에 자신이 뱀파이어로 만든 이들을 초대한 후, 피의 살육을 벌인다. 허무주의적 주제의식이 드러난 장면.
comment | 폭력의 대가, 아벨 페라라가 20일 만에 촬영한 영화. 악에 중독된 인간들을 향한 거침없는 냉소가 돋보인다.

[브룩클린의 뱀파이어]의 맥시밀리언(에디 머피)
Vampire in Brooklyn, 1995, 감독 웨스 크레이븐
profile | 짝을 찾기 위해 미국 브룩클린에 나타난 뱀파이어.
power | 하늘을 날고 마법을 부릴 줄 안다. 자신이 흡혈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 가능.
weakness | 리타(앤젤라 바셋)를 향한 집착. 맥시밀리언은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난 리타를 유혹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지만, 그녀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
best scene | 눈알이 빠지고 손이 뽑혀 나가는 등 웨스 크레이븐의 악취미가 묻어나는 장면들. 혹은 에디 머피의 1인 3역 원맨쇼.
comment | 1972년작 [브라큐라]에 이어, 또 한 명의 흑인 뱀파이어를 탄생시킨 영화. 웨스 크레이븐과 에디 머피가 뭉쳤지만, 이름값이 무색하게 악평이 쏟아졌다. 아무래도 에디 머피와 뱀파이어 캐릭터는 어울리지 않았던 듯.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루이(브래드 피트)
Interview With The Vampire: The Vampire Chronicles, 1994, 감독 닐 조던
profile | 아내와 아이를 잃고 죽으려던 중, 레스타트(톰 크루즈)의 피를 마시고 뱀파이어가 되었다. 뱀파이어 나이로는 200살 정도.
power | 뱀파이어마저 매혹시키는 아름다운 외모, 지성과 강인함. 뱀파이어가 마늘과 십자가에 약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십자가 형태를 지닌 물건을 좋아한다.
weakness | 여전히 햇빛에는 약해서, 햇빛에 노출되면 수면 상태에 빠진다. 신선한 피를 향한 본능과 인간적인 고뇌 사이의 갈등.
best scene | 루이와 인터뷰를 마친 기자 다니엘(크리스천 슬레이터)을 레스타트가 덮치는 마지막 장면.
comment | 원작자 앤 라이스가 한때 루이 역할을 여자로 고쳐 쓰면서, 쉐어가 캐스팅에 거론된 적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는 감상적인 루이와 냉소적인 레스타트의 화학작용이다.

[크로노스]의 헤수스(페데리코 루피)
Cronos, 1993,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profile | 멕시코의 골동품상 주인. 우연히 석고상 안에 있던 작은 기계 '크로노스'에 피를 빨린 후 뱀파이어로 변해간다.
power | 크로노스를 사용하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 사용한 후에는 뱀파이어로서 영생을 얻게 된다.
weakness | 크로노스를 찾아 헤매며 헤수스를 위협하는 남자. 그러나 가장 위험한 건, 영생의 유혹에 빠져 걷잡을 수 없이 변해가는 헤수스 자신이다.
best scene | 인간으로 죽을 것인가, 뱀파이어로 영원히 살 것인가. 크로노스를 두고 고뇌하던 헤수스가 마침내 결단을 내리는 마지막 장면.
comment |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장편 데뷔작. 당시 멕시코 영화계에서 최대 제작비가 투입되었으며, 델 토로가 개인적으로 거액의 은행 빚을 지며 완성했다. 매력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하진 않지만, 영생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흥미롭게 그렸다.

[드라큐라]의 드라큘라(게리 올드먼)
Bram Stoker’s Dracula, 1992,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profile |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백작. '용의 기사단' 멤버로 전쟁에 참전했으나, 자신이 전사했다는 거짓 소식을 들은 아내 엘리자베타(위노나 라이너)가 자살하고 만다. 드라큘라는 신을 저주하며, 어둠의 편에 서서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power | 한마디로 잔혹한 불사신. 인간을 넘어서는 초능력을 지녔으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을 부린다.
weakness | 아무리 천하의 드라큘라라 해도, 현대 무기를 동원한 반 헬싱 박사(앤서니 홉킨스)에 맞서 싸우기는 버겁다.
best scene | 400년 후, 아내의 모습으로 환생한 미나(위노나 라이더)와 피를 나누는 장면. 드라큘라의 핏빛 순정이 느껴지는 동시에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comment |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브람 스토커의 원작에 가장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폴라가 창조한 드라큘라는, 흡혈에 집착하는 괴물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가련한 남자다.

[미녀 드라큐라]의 마리(안느 파릴로)
Innocent Blood, 1992, 감독 존 랜디스
profile | 미국 피츠버그에 거주하는 뱀파이어. '무고한 피'는 먹지 않겠다는 도덕적 기준이 확고하다. 신문에서 '이탈리아 마피아'에 관한 기사를 읽고, 마피아 조직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중.
power | 상대를 쉽게 유혹하는 아름다운 외모, 강한 힘과 스피드, 엄청난 식욕, 식사 후 총기로 먹잇감을 청소하는 두둑한 배짱.
weakness | 피를 향한 욕구와 햇빛. 가장 큰 골칫거리는 죽지 않고 뱀파이어로 부활한 마피아 두목 마첼리(로버트 로기아) 그리고 새로 시작된 연애.
best scene | 영화 초반에는 마리가 악당들을 유혹한 후 게걸스럽게 피를 빠는 장면들. 이후에는 뱀파이어로 살아난 마첼리의 추잡하면서도 귀여운 행동들.
comment | [런던의 늑대 인간](1981)으로 '늑대인간'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존 랜디스 작품. 뱀파이어가 악을 응징하는 여전사처럼 묘사된 것이 흥미롭다. 호러 장르라기보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에 더 가깝다.

[죽음의 키스]의 칼립(애드리언 패스다)
Near Dark, 1987, 감독 캐스린 비글로
profile | 미국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카우보이. 우연히 만난 소녀 메이(제니 라이트)와 데이트를 하는데, 다음 날 새벽 그녀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된다.
power | 뱀파이어 특유의 공격성. 그러나 뱀파이어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weakness | 햇빛에 치명적이어서,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타들어간다. 메이가 속한 뱀파이어 집단의 텃세도 힘겹기만 하다.
best scene | 변두리 모텔에서 벌이는 뱀파이어 일당과 보안관들의 총격 신. 총격으로 생긴 구멍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서, 뱀파이어들이 궁지에 몰리는 장면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comment | [허트 로커](2008) [제로 다크 서티](2012) 등 선 굵은 영화들을 연출한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초기작. 액션, 웨스턴,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가 배어있다. 뱀파이어들이 초자연적인 존재라기보다 범죄자로 묘사됐다.

[뱀파이어]의 외계인(마틸다 메이)
Lifeforce, 1985, 감독 토브 후퍼
profile | 헬리 혜성 탐사 우주선 '처칠호'에서 발견된 외계인.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외모를 하고 있으나, 실은 우주 뱀파이어 종족.
power | 알몸 상태의 완벽한 바디라인에 혹했다가는 에너지를 빼앗기고 좀비로 변하고 만다. 피를 빠는 대신, 상대의 기를 빼내는 것이 그녀의 수법.
weakness | 여느 뱀파이어들이 그랬던 것처럼, 심장에 쇠붙이를 박으면 죽는다.
best scene |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죽은 시체가 살아나, 부검의의 기를 빨아들이며 잠깐 살아나는 장면? 그러나 대다수 관객들에겐 아름다운 외계인이 전라 상태로 돌아다니는 장면일지도.
comment | [에이리언]의 원안을 쓴 댄 오배넌이 초안을 쓰고, 호러 거장 토브 후퍼가 연출을 맡았다.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외계 생명체와 뱀파이어에 재난 영화를 결합시킨 상상력이 돋보인다. '뱀파이어'란 제목은 국내 비디오 출시명이며, 원제 'Lifeforce'는 '생명력'이라는 뜻.

[악마의 키스]의 미리엄(카트린느 드뇌브)
The Hunger, 1983, 감독 토니 스콧
profile | 낮에는 맨해튼에서 음악교습을 하며 살아간다. 뱀파이어 나이로는 3000살. 18세기에 처음 만난 존(데이비드 보위)을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현재까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함께 살고 있다.
power | 영원한 젊음과 초인적인 힘. 햇빛, 십자가, 말뚝 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weakness | 본인은 영원히 젊게 살 수 있지만, 그녀가 뱀파이어로 만든 연인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급격한 노화를 겪는다. 늘 새로운 연인을 찾아야 하는 운명.
best scene | 미리엄과 새라(수잔 새런든)가 피를 나누며 벌이는 섹스 신. 이 영화는 몇몇 팬들 사이에서 '레즈비언 뱀파이어 영화'의 클래식으로 추앙받고 있다.
comment | 故 토니 스콧의 장편 데뷔작. 광고에서 먼저 재능을 알린 감독 작품답게, 영화 곳곳에서 뛰어난 비주얼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개봉 당시에는 혹평에 시달렸다가, 이후 팬들에 의해 컬트로 재평가 받았다.

신민경 | 영화 저널리스트

[무비위크] [스크린] 등 영화 잡지에서 마감의 밤을 여러 번 보내고, 지금은 평범한 영화 관객으로 살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로 기를 보충하며, 가끔씩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