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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배우 20/20 | 더욱, 고아라


단거리보다는 마라톤 주자다. 삐죽 돌출된 매력보단 구김살이 없고 꾸준하다. 비현실적인 미모에 가려있던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인의 감각을, 고아라는 끈질기게 설득시켜왔다. 한번 새겨 넣은 감각은 두 번 다시 사라지는 법이 없다.

오랜만에 <조선마술사>와 <명탐정 홍길동>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2012년에도 <페이스 메이커>와 <파파> 두 편의 영화를 거의 동시에 잇달아 선보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일종의 활동 패턴일까. 그러고 보니 그러네. 일부러 시기를 맞춘 건 아니다. 배우라는 직업이 원체 계획대로 작품에 참여하는 게 아니잖나. 좋은 작품들을 만난 시점이 우연찮게 맞아 떨어졌다.

<페이스 메이커> 당시 인터뷰에서 “가는 길이 맞는지 1년가량 고민했다”고 했다. 이후 <응답하라 1994>의 털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기존의 ‘CF 요정’ ‘여신’ 이미지를 털어냈다. 배우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됐나? 어느 분야든 그렇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에 한번 의심을 갖기 시작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배우는 자존감이 없어지고 불안하면 캐릭터조차 표현하기 어렵다. <응답하라 1994>는 작품과 캐릭터에 애착이 많았던 드라마다.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교감하는 재미를 알게 해줬고, 연기를 하며 받는 에너지도 달랐다. 덕분에 이제 마음을 많이 다잡았고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임하게 됐다. <응답하라 1994> 같은 작품을 다시 만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열세 살에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귀여운 여학생 역으로 데뷔했고, 여전히 광고 등에서 건전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이어오고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쳐도 비뚤어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이겨내는 인상이랄까. 하지만 배우로서 파격적인 변신에 대한 욕구도 있을 것 같은데. 정반대의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다. 하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성급한 변신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까. 대중이 원하는 고아라와 새로운 모습의 고아라, 양쪽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조율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제일 큰 과제다. 연기의 폭뿐 아니라,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찾아내는 감각의 폭을 조금씩 더 넓혀가고 싶다.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했다. 한국 영화계는 여배우의 불모지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체감하나. 한국 영화에 ‘남자 이야기’가 넘쳐 난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갈수록 여성 중심의 이야기와 여배우가 믿고 출연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도 늘어나고 있다.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이런 시기에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좋은 배우. 그 말이 늘 고프다. 좋은 배우란 말을 들을 수 있게 늘 고민하고 노력해야지. <조선마술사>와 <명탐정 홍길동> 이후로 아직 결정된 차기작은 없다. 드라마든, 영화든, 모든 부분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 8월 18일(화) 발행된 <맥스무비 매거진> 9월호에서 더 자세한 고아라 인터뷰와 화보, 그리고 70페이지에 달하는 ‘20대 여배우 20명’ 특집기사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원문 :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enuCode=19&subMenuCode=1&mi_id=MI0101015564&contain=&keyword=&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