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80302154203227
사후 세계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밝혀낸 연구는 아직 없다. 사후 세계는 과학보다는 종교의 영역에 훨씬 더 가깝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과학자들이 아니다. 미지의 사후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심장이 정지돼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후 세계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통해 심정지 뒤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기도 했다. 과학으로 죽음 이후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죽음과 관련된 유명한 연구는 1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의사 덩컨 맥두걸의 '영혼 무게 측정' 실험이다. 그는 결핵으로 목숨을 잃어가는 환자들을 저울 위에 올려 숨을 거둔 순간의 무게 변화를 측정했다. 맥두걸은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뒤 "영혼의 무게는 21g"이라고 발표했다.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 실험을 근거로 영혼의 존재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1g은 첫 번째 실험자에게서 나온 결과였을 뿐, 나머지 5명의 몸무게 변화는 뒤죽박죽이었다. 동물실험을 비롯해 이어진 재현실험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맥두걸이 시행한 실험 결과물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졌다.
죽었다 깨어난 사람들의 상당수는 편안한 감정을 느끼거나 밝은 빛을 보기도 했고 '유체이탈'을 경험하기도 했다. 2007년 학술지 '소생(Resuscitation)'에 게재된 영국 사우샘프턴대 문헌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 후 깨어난 사람들의 약 10~20%가 이 같은 임사체험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임사체험을 조사한 최신 연구 중 하나는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2014년 11월 학술지 '소생'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진은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에 있는 15개 병원에서 2060건의 심정지 사건을 조사했다. 이 중 심정지를 경험했다가 깨어난 사람 14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140명 중 85명은 아무 기억도 떠올리지 못했지만 39%에 해당하는 55명은 '무언가'를 느꼈다. 27명은 시간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가는 기분을 느꼈고 7명은 자신이 밝은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연구진은 55명 중 9명만이 신체와 분리되는 명확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흥미롭게도 이 중 2명은 죽었을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57세의 한 남성은 사망한 상태에서 의료기기 소리를 기억했고 간호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논문에 실린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나는 천장에 붙어 있었다. 간호사는 '다이얼 444'라는 말과 함께 '심정지가 왔다'고 외쳤고 의사가 내 목에 무언가를 넣고 간호사는 내 심장을 압박하는 장면을 봤다"고 이야기했다.
연구진은 "심정지가 일어나고 뇌 기능이 멈추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30초"라며 "하지만 이 사람은 심정지 후 3분 동안 주변 상황을 인지해냈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샘 파니아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소생 과정에서 약물, 충격 등으로 인한 뇌 손상 때문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사체험에서 일정한 규칙이 발견된다면 사후 세계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까. 만약 심장이 멎은 뒤 먼저 밝은 빛이 보이고 이후 길이 나타난 뒤 누군가를 만나는 등의 경험이 다수에게서 순차적으로 발생했다면 사후 세계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벨기에 리에대 연구진은 학술지 '프런티어 인 휴먼 뉴로사이언스'에 죽었다 살아난 사람 154명을 대상으로 임사체험 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파악한 논문을 실었다. 논문에 따르면 다수가 빛을 보거나 영혼이 몸과 분리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지만 일련의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임사체험은 개인마다 독특한 패턴을 보였다"며 "경험, 문화권, 종교 등이 임사체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여전히 임사체험을 과학 영역으로 끌어오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임사체험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은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운철 미국 미시간 의대 의식과학연구센터 박사는 "임사체험은 주관적 경험이라는 점에서 객관적 방식으로 정량화하기 힘들다"며 "임사체험은 주관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뇌가 만들어 내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에너지, 공간, 시간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철학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물실험을 통해 임사체험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운철 박사 연구진은 18마리 쥐의 뇌에 전극을 꽂은 뒤 약물과 이산화탄소를 투여해 심정지를 일으킨 뒤 뇌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2013년 8월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었다.
논문에 따르면 쥐는 죽음에 이르면서 특별한 뇌 활동을 보였다. 심장이 멈추고 난 뒤 뇌에서 급격하게 감마파(25~55㎐)가 발생하는 현상이 관찰된 것. 감마파는 명상 상태처럼 높은 차원의 의식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생쥐의 뇌 앞부분에서는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향식 신호전달'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박사는 "동물한테서 죽음 직후에 강한 뇌 활동이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다음 단계 연구를 위한 출발점이 되는 연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후속 연구를 위한 자금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경과학 분야가 보수적인 학문인 만큼 임사체험이라는 주제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이 박사는 "현재는 죽음 근처에서 발생하는 뇌와 심장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그 상호작용을 약물을 통해 조절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심장이 멈춘 후 최대한 뇌의 활동이 멈추는 것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물리학자로서 죽음이란 잘 조직화된 흥분성 뉴런들의 복잡한 패턴이 조용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보다 큰 스케일에서는 진화가 만들어낸 자연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 철학자 하이데거가 이야기했듯이 인간은 오랫동안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 과학으로 사후세계 설명 가능할까?
5년 후 연구진은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이를 임상으로 발전시켰다. 96명의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한 뒤 환자 뇌파의 '엔트로피(무질서도)'를 관찰했다. 뇌파는 두피 표면에서 측정되는 복잡한 전기신호를 의미한다. 뇌파를 측정할 때 나타나는 다양성을 엔트로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엔트로피가 높으면 다양성이 크고 낮으면 다양성이 적음을 뜻한다. 연구 결과 마취 후 환자 뇌파 엔트로피가 현격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전신마취 환자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를 분석해 마취에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를 수치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마취 심도 진단 장비를 개발해 국내 기업에 이전했다. 현재 이 기업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김 교수는 "많은 병원이 마취가 제대로 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해외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외국 주력 제품과 비교했을 때 우리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이 뒤떨어지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비를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전신마취 뒤 마취가 제대로 됐는지 파악할 수 있어 혹시 발생할지 모를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할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 연구는 식물인간처럼 코마 상태에 빠진 환자를 진단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마취를 하고 깨어나는 것은 무의식 상태에서 의식을 되찾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면 식물인간으로 지내던 사람의 의식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의식이 생긴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마치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의식과 관련된 인공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 개발 또한 가능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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