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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무비톱10] 영화 속에 숨겨진 '오마주'를 찾아보자 (1)

패러디와는 다르고, 표절은 당연히 아니다

‘오마주(Hommage)’는 존경, 존중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품의 중요한 요소나 표현을 인용해 존경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통한다. 원작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재창작된다는 점에서 원작을 비트는 ‘패러디(Parody)’와는 약간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런 오마주를 발견하면서 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새로운 재미다. 다른 영화에 대한 유명한 오마주가 포함된 영화들을 찾아봤다.


1.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출처 : 이미지=영화 <라라랜드>
출처 : 이미지=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

<라라랜드>는 여러 고전 뮤지컬에 대한 애정과 헌사를 아낌없이 담고 있는 영화다. 그중에서도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 길을 걷다가 미아(엠마 스톤) 앞에서 가로등을 잡고 도는 장면은 너무나 익숙하다.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진 켈리가 우산을 돌리며 빗속에서 ‘Sing In The Rain’을 부르는 그 유명한 장면의 오마주다.


2. 쿵푸 허슬 (Kung Fu Hustle, 2004)

출처 : 이미지=영화 <쿵푸허슬>
출처 : 이미지=영화 <맹룡과강>

쿵푸 마니아로 유명하며 한때 액션배우가 꿈이었다는 주성치의 영화들을 보면, 특히 그가 우상으로 동경했던 이소룡의 향수가 짙게 흐른다. <쿵푸 허슬>에서 돼지촌 여주인(원루)이 도끼파 보스(진국곤)에게 으스러지도록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없이 경고하는 장면은 <맹룡과강>에서 이소룡이 깡패들을 때려눕힌 뒤 보여준 제스처를 오마주했다.


3. 신세계 (New World, 2012)

출처 : 이미지=영화 <신세계>
출처 : 이미지=영화 <대부>

<신세계>는 <무간도>, <도니 브래스코> 등 범죄 느와르의 명작에 대한 오마주가 상당히 많다. 그중 보스 석 회장의 장례식에서 이중구(박성웅)가 자신들을 몰래 찍던 경찰의 카메라를 박살내고 수표를 던져주는 장면은 <대부>의 오마주다. 돈 콜레오네의 막내딸 결혼식에서 장남 소니(제임스 칸)가 기자의 카메라를 박살내고 돈을 집어던지는 장면이다.


4. 고스트 독 (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1999)

출처 : 이미지=영화 <고스트 독>
출처 : 이미지=영화 <살인의 낙인>

<고스트 독>은 과묵하고 고독한 흑인 킬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힙합 문화와 일본 사무라이 교전을 희한하게 섞어놓은 영화다. 기본 틀은 1960년대 프랑스 느와르의 고전 <사무라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또 세면대의 하수도 파이프로 총을 쏴서 세수하는 사람을 저격하는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장면이 있는데, 이는 일본 B급 영화의 기인 스즈키 세이준의 <살인의 낙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5. 프로젝트 A (Project A, 1983)

출처 : 이미지=영화 <프로젝트 A>
출처 : 이미지=영화 <세이프티 라스트>

<프로젝트 A>는 성룡의 성공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작품이다. 성룡은 버스터 키튼, 해럴드 로이드 등 무성영화 시대 코미디언들의 열렬한 추종자임을 밝혀왔는데, 그의 리드미컬한 몸개그 액션은 이들의 영향이다. <프로젝트 A>의 유명한 시계탑 추락 신은 해럴드 로이드의 1923년작 영화 <세이프티 라스트>에서 따왔다. 오마주와 원작 양쪽에서 가장 유명한 스턴트 장면이다.


6. 스파이더맨 : 홈커밍 (Spider-Man :  Homecoming, 2017)

출처 : 이미지=영화 <스파이더맨 : 홈 커밍>
출처 : 이미지=영화 <페리스의 해방>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예상 외로 많은 오마주가 숨겨진 영화다. 피터 파커와 친구들의 캐릭터는 매튜 브로데릭 주연의 틴에이저 코미디 <페리스의 해방>을 상당부분 참고했다. 특히 피터가 홈 파티에 참석했다가 이웃집들을 초토화시키며 범죄현장으로 달려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다. <페리스의 해방>의 존 휴스 감독은 <나홀로 집에>의 원안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7. 콘 에어 (Con Air, 1997)

출처 : 이미지=영화 <콘 에어>
출처 : 이미지=영화 <양들의 침묵>

<콘 에어>의 갈랜드 그린(스티브 부세미)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기억하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그는 37명을 살해해서 인육을 먹은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으로, 구속복에 마스크까지 씌워 호송될 만큼 흉악범들 사이에서도 특별대우를 받는 위험인물이다. 흰옷, 점잖고 지적인 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어나오는 광기 등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오마주했다.


페이퍼백 에디터 |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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