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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의 이슈잇슈] `무조건 1000원`…우르르 줄서서 사먹는 이것 정체, 알고보니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1000원 짜리 김밥집.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에도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차 있다.<박상길 기자>

1줄에 1000원짜리 김밥을 6줄 구매해 포장해봤다. 일반 김밥에 비해 메뉴가 다양하며 속재료도 꽉차 있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박상길 기자>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1000원짜리 빵집. 가게 내부에 들어서자 모든 빵을 1000원에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박상길 기자>

"입맛에도 딱 맞고 이 가격이면 매일 아침·점심에 사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싼데 김밥 세줄만 사도 3000원밖에 안 하니 부담은 덜 되고 배는 채우고 만족스럽네요"

지난 9일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한 여성 손님은 1000원짜리 김밥을 먹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소문으로만 듣던 강남 한복판 1000원짜리 김밥집은 여성 손님의 말처럼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가게 앞에 도착하자 김밥 한 줄에 1000원이라는 안내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30여 종으로 다양한 반면 가격은 1000∼1500원 사이로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었다. 다만 가격이 워낙 저렴한 탓에 김밥은 단품으로만 주문할 수는 없었고 최소 주문만 하려면 김밥 한줄에 어묵 한 개를 시켜야 했다.

 

기자가 방문할 당시는 좀 어중간한 시간대여서 저녁 식사를 빨리한다고 생각하고 김밥 세 줄을 시키기 위해 메뉴를 찬찬히 살펴봤다. 스팸 참치김치마리, 베이컨마리, 훈제오리쌈무 마리, 수제떡갈비 마리, 치즈불닭갈비마리 등 다양했는데 세 가지 맛을 골라 각각 두 줄씩 시켰더니 포장용 팩이 꽉 찼다. 하지만 가격은 8000원으로 1만원을 넘지 않았다.

1000원짜리라 밥 외에 속재료가 딱히 안 들어가는 '충무 김밥'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속 재료가 꽉 차 있는 것은 물론이고 겉에 고소한 참깨까지 정성스럽게 뿌려져 일반 김밥보다 퀄리티가 더 높았다.

김밥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였다. 가게 앞에 마련된 테이블은 제법 회전율이 빨랐는데도 손님들로 금세 차버렸다. 한국 손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김밥집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도 적잖이 이곳을 찾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이 자주 띄었는데, 메뉴 하나하나를 휴대폰의 번역기로 돌려가며 서툰 한국말로 주문하는 것에 반해 능수능란하게 일본어로 응대하며 주문을 받는 김밥집 직원의 모습이 대조되면서도 인상 깊었다. 이곳에서는 일반 김밥도 3000원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1000원 김밥을 주로 사 먹었다.

1000원짜리 김밥에 이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1000원짜리 빵집도 방문해봤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1000원짜리 빵집 앞에는 '무방부제 100%, 가격의 거품 확 뺀 착한 가격 착한 빵'이라며 해썹인증시설이라고 써 있었다.

가게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매장 문을 열자 대학생부터 직장인, 어르신들까지 우르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에 들어가보니 꿀 호떡부터 각종 카스테라, 단팥빵, 소보로, 땅콩샌드 등 20∼40가지의 빵이 종류별로 쌓여 있었으며 두유나 생수도 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000원짜리 빵은 퀼리티가 어떨지 궁금해 살펴봤더니 유효 기간이 거의 다 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빵이 아니었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재고 물량을 반품할 수 없어 저렴하게 많이 판다는 게 이 가게의 전략이었다.

업주에게 1000원짜리 빵을 판매하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대중적이면서도 박리다매(물건을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많이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할수 있는 상품으로 승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 입장에서 수익부터 낼려고 하면 다 망하게 된다"라며 "손님이 일부러 찾아오도록 가격이든 맛이든 트렌드든 경쟁력을 갖춰야 그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진정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또 수익으로 돌아오게 된다"라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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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v.daum.net/v/20240513140415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