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밀실영화] 폐쇄공간 속 생존게임을 다루는 영화 12편!

출처 영화 그리고 글 | 루트
원문 http://aciiacpark.blog.me/100181959791

[밀실영화] 폐쇄공간 속 생존게임을 다루는 영화 12편!

"여기서 살아나갸야 돼!"

"너를 죽이더라도, 내가 살아남겠어!"

밀실, 폐쇄공간에서 펼쳐지는 생존게임을 다루는 영화들.


<큐브>, 1999

밀실, 폐쇄공간 하면 누구나 예상할 그 영화 <큐브>. 살인장치가 숨겨져 있는 정사각형 방들이 시각적으로 전하는 압도적인 존재감부터가 탁월하다.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미로에 갇혔다는 절망감. 대칭과 규격이 딱딱 맞게 인공적으로 짜여진 공간이 주는 거북한 답답함. 숨겨진 살인무기에 대한 두려움 짙은 긴장감. 생존하기 위해서 큐브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필사적인 몸부림. 그 모든 히스테리 섞인 감정들을 영화 속 캐릭터들에 동화되어 느끼게 만드는 창의적인 수작.

거기에 등장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극단적으로 뻗어나가는 전개로 마음 편히 쉬어갈 틈없이 몰아부친다. 이 기괴한 공간을 상상해낸 아이디어에 박수를!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 속 큐브가 라킹의 이론에 근거한 언어적 구조물이라는 해석이다. 한 줄에 26개인 큐브는 26개의 알파벳을, 각각의 인물들은 수학, 권력 등을 상징한다는 접근인데, 끄덕여질만큼 설득력이 있다.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서 읽어봐도 좋겠다. 단순히 상상력이 뛰어난 오락물이 아니라 학문적 세계관을 표현해낸 놀랍고 기발한 영화로 봐야할 듯. 라캉의 이론을 그대로 영상화해 소재로 삼는 비슷한 영화로는 <인셉션>이 있다.

속편으로는 이런 1편의 세계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겉모양만 따라한 오락영화가 되어버린 2편. 오락성도 작품성도 부족한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성격의 프리퀼을 되어버린 3편 <큐브 제로>가 있다.


<쏘우>, 2005

잘 만든 저예산 수작이 열 블록버스터 안 부러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시리즈물 <쏘우>. 비슷한 사례로는 페이크다큐로 유명한 <파라노말 액티비티>시리즈가 있다. 공통적으로 제작비 대비 놀라운 흥행성적을 거둔 영화들. 그 돈 맛 짭짤한 성공에 취한 중소 영화제작사들이 계속 사골 우려내듯이 재탕하면서 싸구려 시리즈도 망가져버렸지만, 적어도 1편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단 직쏘가 벌이는 잔인한 살인게임은 그 소재부터 파격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스스로를 끔찍한 고통에 밀어넣어야 한다는 새디즘 강한 설정부터 충격적.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가학성으로 똘똘뭉친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또 한 번 예상 밖의 반전으로 강타한다. 그래서 1편은 반전영화로도 유명하다.

보통 영화를 감상하면서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가정법 속 상상력을 매개로 감정이입과 공감을 형성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훌쩍 뛰어넘는 현실적이면서 잔인한 이야기로 다른 영화들에서 느끼기 힘든 강도 높은 자극성을 지녔다. 하지만 점차 속편들이 B급 슬래셔무비처럼 그 자극성을 아예 오락성으로 소비하도록 변질시키면서 시리즈만의 장점이나 작품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품위를 잃고 억지반전만 쏟아내며 망가졌다. 4편부터는 안드로메다.


<페르마의 밀실>, 2007

<무한도전>에서 이 영화의 설정을 컨셉으로 차용해 방송함으로써, 잠시 유명세를 탔던 밀실 생존게임 영화. 유재석이 추천했다고 하던데, 방송용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봐도 "추천"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릴만한 영화는 아닌 듯.

초대를 받고 모인 수학자들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방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 두뇌게임이라고 하기엔 넌센스에 가까운 문제들이 조잡하고, 치열한 생존게임이라기엔 등장인물들의 문제풀이와 관계없는 수다가 너무 많다. 한 마디로, 수학이라는 소재로 개성이나 매력을 잡아내지 못했고, 밀실 생존게임이라는 무대로도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전반적인 짜임새와 완성도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넉넉한 마음으로, 자잘한 잔재미들을 킬링타임으로 즐기며 감상할만하다.

<베리드>, 2010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손전등이 깜빡일 때마다 화면도 점멸된다. 가뜩이나 불편한 좁은 관에서 주인공이 움직이려고 용을 쓸 때마다 덩달아 표정이 찡그려진다. 무신경하고 형식적인 전화기 건너편 멘트를 들으니, 주인공 못지 짜증이 솟구친다. 이처럼 원하든 원치 않든, 주인공의 상황에 동화되도록 밀착시키는 힘이 대단하여 극장에서 관람시 거의 간접체험에 가까운 연출적 효과를 낸다.

영화내내 땅에 묻힌 관을 벗어나지 않는 뚝심있는 설정이 한 편의 작품으로 가능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연출적 효과 이외에도 단단한 서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거짓된 달변만 앞세우며 사건을 축소시키려고만 하는 정부기관과 금전적 손해와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기업, 사무적이고 무신경한 직원의 목소리는 갑갑함을 넘어서 점차 잔인한 현실을 목도하는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주인공을 땅에 파묻은 이조차 글로벌 기업과 강대국의 침범에 터전과 자식들을 잃은 또다른 피해자. 당연하게 누리는 우리의 안락한 환경이 누군가의 절망과 피해를 자양분 삼아 이루어지고 있음을 넌지시 내비친다.

이처럼 세상의 이면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극이 불지불식간에 주인공처럼 개인을 덮쳐올 수도 있음을 보이며, 그런 현실에 대한 인식을 촉구하는 주제의식을 담았다. 오로지 관 속만을 비추는 과감한 연출만큼이나 우직하게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작.

<브레이크>, 2012

<베리드>가 땅 속에 묻힌 관이었다면, <브레이크>는 차 트렁크 속 유리관에 갇힌 주인공의 수난기를 다룬다. 전반적으로 <베리드>를 모방한 것이 티가 많이 나지만,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면서 나름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추가로 마지막에 한 번 더 꼬는 반전으로 결말에 강렬함을 실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오히려 그 반전때문에 영화의 설정이 현실성을 잃고 부실해지게 되지만, 어차피 완성도보다는 오락성에 더 치중한 저예산 오락영화.

특수요원인 주인공에게 비상사태 발생 시 대통령이 피신하는 지하벙커인 룰렛의 위치를 묻는 내용으로, 계속해서 재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산만하게) 이어붙인다. 덕분에 취향에 따라서는 오히려 <베리드>보다 가벼운 오락물로 즐기기엔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더 킬링 룸>, 2009

흔히 말하는 음모론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설문 알바에 참여한 지원자들이 방에 갇혀서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 실험대상이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MK-ULTRA" 라는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받칠 수 있는 "애국자"를 선별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다룬다. 하긴 워낙 세상이 요지경이니 아주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갖가지 상황을 유도하면서 실험대상이 된 인물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그 산발적인 요소들이 "애국자"의 선별이라는 결과와 이어지는 일관성이나 설득력은 많이 부족하다. 과정이 쌓여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정해놓고 과정을 얼기설기 끼워맞춘 실험같달까?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진행되는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을 지켜보는 인상을 준다.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자꾸 상황만 펼쳐놓고 전시하는 형태로만 전개되는 것이 큰 약점.

느닷없는 권총소음과 함께 강렬하게 시작하며 흥미를 돋구나, 점차 미지근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있으나마나한 결론과 반전을 던져주고 마무리된다.

<하우스 오브 9>, 2005

이유도 모른 채 납치되어 건물에 갇힌 9명. 서로를 죽이고 살아남은 1명만 내보내주며 상금 500만 달러로 제공한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시작되는 영화. 폐쇄공간 속 생존게임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군상들의 면면을 지켜본다는 기본적인 설정에 충실했다. 초반에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상호협조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역시나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죽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전형적인 흐름. 소년탐정 김전일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랄까.

인물들의 갈등과 변화을 보여주며 죽음에 대한 공포가 광기로 변모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전개했다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성한 화두를 제시하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계속 늘어지다가 후반부에 갑자기 집단공포에 빠져 미쳐날뛰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꽤 쓸만한 떡밥들을 뿌리는 듯 보이는데, 도통 회수하지는 않는 느낌을 준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아무래도 결말부가 어떠냐가 비중이 크기 마련인데, 반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엔딩까지 이어지면서 그저그런 영화로 마무리된다.

<이그잼>, 2005

세계 최고기업 입사시험 마지막 관문을 치르기 위해 모인 8명. 까다로운 규칙과 함께 단 하나의 해답만이 있을 뿐이라 말하고 곧장 시험이 시작된다. 문제는 나눠준 시험지가 백지라는 점. 응시생들이 합격을 위해 이 수수께끼 같은 시험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블랙,화이트,블론드,브라운 등등 등장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을 부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시선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생존게임도 아니고 입사시험임에도 도를 넘는 인물들의 선택과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진실 등등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산으로 가는 느낌을 준다. 요즘 같은 취업난의 시대에 감상해보자니, 소재부터 괜히 씁쓸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언 도어즈>, 2010

눈을 떠보니, 은행금고에나 쓰일법한 아이언 도어즈가 보이는 큰 방에 갇혀 있는 주인공.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계속 방치되면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다가 옆 방에서 자신처럼 갇힌 이국적인 여성을 만나 함께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죽고 죽이는 살인게임이 아니라, 말 그래도 밀실 속 생존게임에 처한 주인공들의 이야기.

이 <아이언 도어즈>를 끝까지 감상하면서 엔딩을 지켜보면, 잠시 허무주의를 느낄 수도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 메세지를 따로 찾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요구하는 스타일. 그런 텍스트적 접근을 배제하고 밀실 스릴러가 가지는 자극적인 긴장감을 원하다면 지루하고 심심하다 느껴질 수 있겠다.

<우드 유 래더>, 2012

이식수술이 필요한 남동생을 돌보는 착한 누이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어느 부자의 악랄한 게임에 응한다. 선택지를 주고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의 게임인데, 문제는 참가자들 서로의 생명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라는 것.

<우드 유 래더>의 가장 큰 단점은 참가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야 하는데, 부자가 멋대로 규칙을 바꾸며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든다는 점. 그러다보니 사실상 납치당한 인질들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은 사연이나 개성이 살아나지 못해 밋밋하기만 하다. 부자 멋대로 휘두르는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규칙에 생존게임 자체가 매력도 재미도 없고 긴장감을 부여하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나름 메세지를 담은 척 폼잡으며 허세를 부르는데, 보고나면 "돈이 최고군!"이라는 엉뚱한 결론이 더 부각된다.

돈 많은 돼지의 소규모 콜로세움 이야기를 왜 굳이 영화로 만들었나 싶다.

<더 인사이트 밀: 7일간의 데스 게임>, 2010

다양한 10명의 참가자들이 시급 좋은 아르바이트를 위해 정체불명의 장소로 모여든다. 열 개의 무기가 주어지고, 살아남는 자에게 큰 상금이 주어지는 상황.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우스 오브 9>에서 소년탐정 김전일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고 했는데, 이 영화 속 "암귀관"은 정말 안성맞춤인 장소인 듯. <더 인사이트 밀>은 폐쇄공간 속 생존게임에 범인찾기라는 추리적 요소까지 더해졌다. 다수가 한 장소에 모여 아웅다웅 이합집산하는 과정이 지극히 일본스러운 스타일로 흘러 가는데, 영화 <라이어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 연극연기처럼 과장된 몸짓들이 스릴러가 갖추어야 쫀득함을 방해한다. 게다가 추리도 빈약하고, 무엇하나 제대로 강렬히 살리지 못하는 인상. 책으로 접하는 것이 더 낫겠다.

<언노운>, 2006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창문과 문이 잠금된 건물에 갇혀 있게 된 인물들. 게다가 다들 화학가스에 노출되는 바람에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하지 못한다. 문제는 이들 중에 3명은 납치범, 2명은 인질이라는 점. 자신이 인질인지 납치범인지조차 알 수 없다.

현실성을 따지자면 좀 그렇지만, 영화적 상상력이라 너그럽게 바라본다면 일단 시작부터 기발하다. 서로 적인데, 누구 누구편인지, 내가 어느쪽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을 토대로, 서로를 경계하고 자신을 의심하며 흥미롭게 진행된다. 다만 아쉽게도 그 이후의 전개는 다소 무난한 느낌. 그러다가 반전을 몰아치면서 결말을 맺는다. 무난하 즐기기 괜찮다.

※ 밀실,폐쇄공간을 다루나 위의 영화들과 성격이 다소 상이한 <패닉룸>,<1408>,<디바이드>는 제외.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