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paper

[스크랩] [SS탐사-음악방송? 전쟁터③] `나이 어린 감독에게 굽신`..신인 제작자의 이야기

[SS탐사-음악방송? 전쟁터③] `나이 어린 감독에게 굽신`..신인 제작자의 이야기
http://media.daum.net/v/20140309080320824

출처 :  [미디어다음] 연예일반 
글쓴이 : 스포츠서울 원글보기
메모 : [스포츠서울닷컴│박소영 기자] "신인이 지상파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일요? 허허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게 더 쉬울 걸요!"

현재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월화수목금토일, 요일마다 가득하다. 지상파 3사는 금요일 KBS2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토요일 MBC '쇼! 음악중심', 일요일 SBS '인기가요'를 마련했다. 케이블의 경우 2주에 한 번씩 녹화를 따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월요일 아리랑TV '심플리 케이팝', 화요일 SBS MTV '더쇼:올어바웃 케이팝', 수요일 MBC 뮤직 '쇼 챔피언', 목요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가 준비된다.





소녀시대(위)와 투애니원이 오는 9일 SBS '인기가요'에서 나란히 컴백 무대를 가진다. 신인 가수들에게는 부러운 일이다. /배정한 기자

그런데 가수들은 하나같이 "설 무대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신인이라면 더욱 심하다. 분명 매일 음악 방송 무대가 마련되는데 왜 설 무대가 없다는 걸까? 매주 한 프로그램당 20팀이 출연한다 치면 7일간 140팀의 수요가 생기는데 이러한 공식은 현재 성립되지 않는다. 소위 '잘나가는 팀'이 20팀 중 2/3를 차지하고 나머지 1/3을 두고 신인 가수들이 경쟁하는데 이마저도 대형 기획사의 신인들이 절반의 자리를 꿰찬다. 그러면 두세 자리가 남아 이를 두고 수십 팀의 신인들이 경쟁한다.

이 시스템이 대부분 음악 프로그램의 현 상황이다. 신인을 키우는 회사로서는 눈물 나게 서글픈 현실이다. 그들의 속병을 조금이나마 풀고자 < 스포츠서울닷컴 > 이 신문고로 거듭났다. 신인 가수를 키우는, 또는 신인 가수를 키웠던 여러 제작자들이 익명으로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일화가 가득하다.





신인 아이돌 투아이즈, LC9, AOA(위에서부터)가 팬들의 큰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습니다) /배정한 남윤호 기자

◆"매일 방송국으로 출근 도장 찍어요."

신인 가수를 띄워야 하는 제작자들과 매니저들은 매일 방송국에 살다시피 한다. 컴백이나 데뷔 하루 이틀 전부터가 아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서너 달 전부터 방송국 PD들에게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한다. A그룹의 관계자는 "1-2시간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누구 가수 매니저가 어느 날 몇 시에 왔는지 체크하는 제작진도 봤다. 이렇게 가수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한 번이라도 더 가서 인사한 회사의 신인을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겠나. 일과가 PD들에게 인사하는 걸로 시작해 끝날 때가 많다. 거의 방송국이 집이다"고 말했다.

◆"눈에 띄려고 식혜까지 직접 담가 선물하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B의 관계자는 제작진에게 정성이 담긴 선물을 하고자 직접 식혜를 담갔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 인지도는 다른 신인들보다 높았지만 다른 방송사 출연은 힘들었다. 정성을 보이고자 집에서 직접 담근 식혜를 들고 2년 정도 방송국에 가 인사를 드렸다. 우리 회사를 잘 모르더라도 '아 그 식혜 회사?'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도록 정성을 많이 들였다. 그렇게 해서 지난 1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나이 어린 PD에게 허리 숙이는 건 기본!"

C씨는 일부 PD들의 거만한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보통 지상파 방송 정리하는 PR매니저는 이사급으로 40대가 많다. 반면 음악 프로그램 PD들은 30대가 주다. 그렇다 보니 방송국에서 나이 어린 감독한테 무시당하는 수모도 있었다고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권력처럼 이용하는 PD들도 있었다"고 씁쓸해했다.

◆"윗선과 친분 있는 대형 기획사, 결국은 신인 팀끼리 무한경쟁."

많은 관계자들은 얼마 되지 않은 수요를 두고 신인 팀끼리 경쟁해야 하는 사실을 속 쓰려 했다. "매주 컴백무대가 1~2팀, 이들이 2곡씩 가져가고, 대형 기획사 팀이 매주 3~5팀, 사장이나 국장 등 방송국 윗선 팀이 2~3개 되는 형국이다. 그러면 매주 남는 자리는 2~4팀 정도 되고 이나마도 완곡을 안 해서 어떻게든 1팀 늘려보려고 PD분들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있다.

다른 이도 "안타까운 건 아이들의 역량보다 회사의 역량이 방송 출연에 큰 요인으로 미친다는 거다. 좋은 노래와 실력을 갖추고도 무대에 못 서는 가수들이 많다. 계층이 나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동방신기가 데뷔하던 때엔 MBC '음악캠프'에 신인들만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MBC '음악캠프' 방송 캡처

◆"2분 이내로 노래 잘라오세요!"

신인들이 완곡을 무대로 펼치는 건 흔치 않은 일이 됐다. 최대한 노래를 잘라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무대에 서는 게 낫기 때문이다. D씨는 "2분으로 노래를 잘라오라는 주문을 받은 적 있다. 2분으로 똑 자를 수 없으니 1분 58초로 잘라서 무대에 섰다. 3분 30초짜리 노래를 2분대로 자르면 실제로 흥이 오르다가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례를 털어놨다.

E씨도 "3분 20초짜리 노래를 방송을 코앞에 두고 2분 30초로 잘라 오라고 해서 부랴부랴 노래를 짜깁기했다. 편집하는 것도 힘들지만 줄어든 노래에 맞춰 안무도 다시 수정하고 동선도 맞춰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또 노래를 자르면 멤버가 많은 그룹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에 얼굴 한 번 비추고 내려오는 일도 있다. 황당한 경우다"고 꼬집었다.

◆"음악 프로그램이 장르의 다양화에 앞장서야…."

F씨는 전반적인 구조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신인이나 다른 가수들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다만 출연하는 팀의 장르가 편중됐다는 게 문제다. 인디신이나 참신한 뮤지션이 많은데"라며 "예전에 인디나 밴드, 신인들을 위한 코너가 있던 적이 있다. 그런 게 다시 생겨나서 다양한 장르나 신인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어떨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려면 기획사부터 기발한 콘텐츠를 들고 나와 장르에 편향되는 걸 사라지게 해야 한다"며 "제작진의 역량도 중요하다. 음악 프로그램 PD라면 유행만 좇지 말고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밖에 나가면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하는 실력있는 친구들이 많고 여러 공연하는 재능있는 애들 많은데 너무 아이돌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comet568@media.sportsseoul.com

연예팀ssent@med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