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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전쟁 고전물 '상과 하(1957)' 등 잠수함 영화들

삼가 천안함 전몰장병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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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천안함 사태를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네요. 사건발생 이후 군 지휘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해 온갖 억측이 난무했습니다만, 이미 몇 차례의 서해교전을 목도한 것처럼 남북간의 무력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의 현실상 이번 사건의 원인은 뻔하다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영화의 고전이라 할 '상과 하(The Enemy Below)' 문득 떠올라 오랜만에 다시 봤습니다.

- 딕 포웰 감독, 로버트 미첨, 쿠르트 유르겐스 주연. 98분. 1958년도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수상.

2차대전 중 대잠함 작전을 수행한 美해군 버클리급 호위구축함 USS Straub호를 모델로 일정 부분 작전사실에 입각한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2차대전 중 남대서양을 헤치고 순항하는 USS Haynes호(DE-181).

<잠시 해설>

1943년부터 모두 102척이 건조된 버클리급의 대잠작전이 가능한 이 함선의 제원은 1740톤,
길이 93.3m, 폭 11.1m. 1200톤에 길이 88m인 천안함과 비슷한 사이즈가 되겠습니다. 2차대전 후에는 예비함으로 남겨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만, 한국, 멕시코 등으로 이관했다니 아마 2~30여년 전까지는 우리 해상에서도 활약했으리라 싶습니다.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포착되고, 일정한 방향으로 항진하는 이 물체를 뒤쫒기 시작합니다.
새로 부임해 첫 항해에 나선 함장(로버트 미첨)은 항해사 출신으로, U보트에게 자신의 배와
아내를 함께 잃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출신의 함장의 능력에 대해 부하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그는 이내 뛰어난 지휘력과 전술적 판단력을 보여 부하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모 지역에서 독일군 특공대와 접선하기 위해 항진하던 U 보트 역시 추적자의 존재를 눈치챕니다. 함장 역은 독일의 명배우 쿠르트 유르겐스. 전쟁영화에 독일군 장교로 단골출연하던 사람입니다.


구축함 함장은 잠수함의 어뢰공격을 유도하고, 치밀한 계획하에 함선을 급선회시켜 이를 피합니다....만, 2차대전 당시의 기계식 어뢰였으니 이런게 가능했겠죠.


아무튼, 선빵을 날렸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잠수함은 허겁지겁 물속으로 피하고 물 위의 전함은 바닷속에 폭뢰세례를 퍼붓습니다. 집요하게 따라붙는 구축함을 피해보려고 허용한계치 이하의 심해로까지 내려가서 추적을 따돌리려고 애를 쓰지만, 물 위의 작전은 한 수 위입니다. 적 잠수함의 예상항로를 미리 계산해서 다시 따라붙는 구축함. 다른 함선의 지원이 올 때까지 적의 발목을 잡아두겠다는 계획입니다.


시간대별로 폭뢰세례를 펼치며 물밑에 숨어있는 적을 초조하게 만듭니다. 공포심으로 흔들리는 사병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해 잠수함 함장은 군가를 합창시키며 그들의 위치를 집요하게 감시하고 있는 물 위의 적들을 놀래킵니다.


물론, 물밑에서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구축함의 치고 빠지는 패턴을 읽은
잠수함은 기습적으로 어뢰공격을 가하고...



심각한 파손을 입은 구축함. 함장은 최소한의 병력만을 남기고 '이함'을 명령하며 적 잠수함에
대한 마지막 공격기회를 노립니다. 갑판 곳곳에 불을 질러 함선이 작전불능 상태인 것처럼 꾸밉니다.


마침내, 최후의 마무리 공격을 위해 수면 위로 부상한 잠수함은 5분간의 이함 시간을 주겠다며 승자의 여유를 부리지만, 구축함 역시 최후의 항전을 준비합니다.


방심한 적잠수함에 집중포격을 가하며 정면돌진!! 방심한 가운데 타격을 맏은 잠수함 측 역시 장병들을 탈출시킨 후 자동폭파 장치를 가동합니다.


장렬하게 함께 폭파되는 구축함과 잠수함...

1740톤 규모의 호위구축함과 U 보트, 어느 쪽 손실이 더 큰지는 대충 짐작됩니다만, 현장에 달려온 미군의 함상에서 미군과 독일군의 두 지휘관은 서로에게 존경심을 보입니다.

제길슨...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싶네요.

천안함 사건을 당하고 적전분열 상태에 빠진 오늘의 대한민국. 무엇보다 'The Enemy Below'라는 제목에서처럼 '적'이 누구인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겠습니다.


* 그 외 대표적인 추천작들 :


1. 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Run Silent, Run Deep) (1958)

전쟁영화의 고전이며, 구축함과 잠수함 사이의 전투라는 카테고리에서 항상 첫손가락에 드는
'상과 하(1957)'의 성공에 고무되어 제작된 영화. 역시 2차대전 중 일본전함을 직접 타격하려는 미군 잠수함장의 집념과 그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부하장병 사이의 갈등과 희생을 그렸다.

광기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에이허브 선장이 나오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모티브를 찾은 듯....

- 로버트 와이즈 감독, 클라크 게이블, 버트 랭카스터 주연


2. 특전 U 보트(Das Boot) (1981)

U보트를 주인공으로 한 독일영화. 패색이 짙어가는 전쟁 중에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 속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U보트 승무원들의 운명을 그린 뛰어난 반전영화. 볼프강 페테르슨 감독을 헐리우드에 진출케 한 영화. 오리지널 컷이 293분이었다니 제대로 된 원판을 보고 싶구만...


3.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 (1990)

바야흐로 미국과 소련으로 대별되는 동서냉전의 시대. 미국으로 접근하는 소련의 전술 핵잠수함을 놓고 벌이는 긴박한 첩보작전을 그렸다.

- 존 맥티어난 감독, 숀 코넬리, 알렉 볼드윈 주연.


4.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고립된 핵잠수함.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핵무기 발사명령을 놓고 부함장이 선상 쿠데타를 일으킨다. 험프리 보가트가 영화사에 길이 남는 연기를 펼친 1954년작 '케인호의 반란'과 유사한 설정. 꽤나 작위적인 설정을 뛰어난 연출력과 두 명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로 승화시켰다.

- 토니 스코트 감독, 댄젤 워싱턴, 진 해크만 주연.


5. U-571 (2000)

U 보트의 암호해독기를 탈취하기 위해 벌이는 특공대의 활약을 그렸다. 전쟁액션씬을 위한 잠수함 영화. 좀 황당하긴 하지만 영화적 재미는 상당하다.

-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매튜 매커니히, 빌 팩스턴 주연.


6. K-19 위도우 메이커(K-19 : The Widowmaker) (2002)

잦은 고장으로 인해 과부제조기라 불리는 소련의 고물 핵잠수함이 이번엔 대형사고를 친다.
함장과 부함장의 갈등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심각한 위험에 맞서 목숨을 내건 사투를 벌어야
하는 승무원들...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해리슨 포드, 리암 니슨 주연.